아버지에 대하여

Biography

About Story

좋아하는 것을 오래 소중히 해온 사람

제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한 가지 일만 오랫동안 해오신 분이라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놓지 않고 살아오신 분이에요.

일을 하면서도 사진을 찍으셨고, 쉬는 날에는 산에 가거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곤 하셨어요. 탄광이 문을 닫은 뒤에는 보일러 관리 일을 오래 이어가셨고, 한편으로는 2005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모형을 만들기 시작하셨어요.

마음에 남은 장소와 건물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고, 그것을 하나하나 모형으로 만들어가며 사라져가는 풍경과 기억을 아버지만의 방법으로 계속 남겨오셨어요.

이 페이지에서는 작품만으로는 다 전하기 어려운 아버지의 시간과 관심,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이야기를 조금 더 천천히 소개하려고 해요.

탄광과 함께한 시간

아버지는 1965년부터 1989년 9월 탄광이 문을 닫을 때까지 약 24년 동안 탄광에서 일하셨어요.

아직 결혼하기 전이었던 젊은 시절부터 시작된 탄광에서의 생활은 아버지의 삶에서 아주 긴 한 시기였습니다. 그 시간 동안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셨고, 누나가 태어나고, 이어 제가 태어나면서 우리 가족은 네 식구가 되었어요.

탄광에서 일하며 가족과 함께 살아온 시간에는 힘든 일도 많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도 우리 가족에게는 매일의 생활을 함께 쌓아가며 평범한 행복을 느끼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1989년 9월 폐광으로 그동안 이어지던 생활은 크게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지역의 풍경은 아버지 안에 오래 남아 있었고, 훗날 만들어온 모형과 기록에도 조금씩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길

폐광 이후 아버지는 한동안 다른 직장에서도 일하셨어요. 하지만 출장이 많아 몇 달씩 집을 비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이후 새로 일하게 된 곳은 아버지가 근무하셨던 탄광이 아니라, 옛 폰베쓰 탄광 부지를 활용한 직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보일러 관리를 맡으셨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보일러 기사 자격을 위해 공부를 시작하셨어요. 집에서 책을 펴놓고 공부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고, 그 회사가 없어진 뒤에도 미카사시 안의 여러 시설에서 계속 일하셨어요.

시영 수영장과 미카사 돔, 미카사시 공민관 등에서 보일러 관리 업무를 이어가셨고, 80세가 되는 해에 오랫동안 해오신 일을 마치고 은퇴하셨어요.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가족을 위해 일하던 분이었습니다. 탄광에서 일하시던 때도, 폐광 후 새로운 일을 찾으시던 때도, 자격증 공부를 하시던 때도 언제나 가족의 생활을 먼저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가족을 위해 일해오신 만큼,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시면서 어머니와 함께 조금 더 천천히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형을 만들어온 시간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예전부터 무언가를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프라모델도 많이 기억하고 있어요. 건담과 자동차, 비행기 같은 여러 가지 모형을 만들어주셨고, 저에게도 그런 시간들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러던 어느 때부터인가 완성된 키트를 조립하는 것을 넘어, 아버지가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건물과 풍경을 모형으로 만들기 시작하셨어요.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다시 아버지께 여쭤봐야 하지만,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어오신 것은 2005년경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실제로 보았던 장소와 오래된 사진, 도면과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크기와 구조를 살피고, 필요한 부분은 직접 만들어 하나의 모형으로 완성해가셨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모형들은 단순히 건물의 모습을 작게 재현한 것만은 아니었어요. 사라진 탄광의 시설과 철도, 학교와 지역의 건물처럼 아버지가 직접 보고 기억했던 장소들이 다시 하나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어요.

사진과 별

제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예전부터 별 보는 것을 좋아하셨어요.

어릴 때 여름방학이 되면 아버지가 학교에 오셔서 아이들 앞에서 별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망원경을 가져와서 함께 별을 봤던 기억도 있어요.

여름밤에는 동네 언덕으로 별똥별을 보러 간 적도 있었고, 핼리혜성을 보러 갔던 기억도 아직 잘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가 퇴근하고 돌아오신 뒤, 가족 네 식구가 함께 관측 장비를 들고 나간 적도 있었어요. 아버지가 자주 가시던 밭에 가서 망원경과 여러 장비를 준비하고, 다 같이 별을 봤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던 별을 가족에게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그저 아버지를 따라가 별을 봤던 것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그때 가족과 함께 바라본 밤하늘과 같이 나갔던 시간들이 제 안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이어지는 기록

아버지는 평소에도 작은 것들을 꾸준히 기록하시는 편이에요.

신문 칼럼을 옮겨 적기 위한 전용 노트를 따로 마련해두고, 매일 한 편씩 써오고 계세요. 또 집 앞에 있는 온도계를 직접 확인하면서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온도를 기록하고 계십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버지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기록하는 분이라기보다, 일상 속에서 관심이 가는 것을 오래 지켜보고 적어두는 일을 자연스럽게 이어오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을 찍고, 모형을 만들고, 자료를 찾아 정리하는 일도 결국 그런 기록의 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홈페이지 역시 아버지가 살아오며 남겨온 작품과 사진, 여러 기억들을 한곳에 모아두는 또 하나의 기록 공간입니다.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아버지의 기록을 남겨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